홍콩 시위와 코로나로 못 가니 국내서 딤섬으로 즐기는 여행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 보스의 여자 희수(신민아)의 질문에 선우(이병헌)는 "저 그런 사람 아니거든요"라고 거짓말한다. 딤섬(點心)을 먹던 자리였다. 희수가 선우의 마음(心)에 점(點)으로 찍히는 순간이다.
딤섬은 작은 접시에 담긴 간단한 음식을 총칭한다. 선우가 먹던 만두도, 희수의 디저트도 모두 딤섬이다. 소개팅처럼 어색한 사람과 먹기 좋다. 호불호가 적고 나눠 먹기도 편하다. 요즘 레스토랑 업계에서 셰프 영입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도 '모던 차이니즈'다.
딤섬이 가장 맛있는 곳은? 광저우·홍콩·상하이란 답이 나오겠지만, 홍콩 시위와 코로나 사태로 못 간 지 일 년이 넘었다. 중국 현지 맛을 국내에서 재현하는 곳을 찾았다.
◇광저우식 '골드피쉬'
딤섬의 기원은 동진(317~420)으로 추정한다. 한 장군이 전투에 지친 병사들을 위해 마을 사람들에게 간단한 음식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한 것을 시작으로 본다. 첫 기록은 '당서(唐書)'로, '배만 간신히 채우는 음식'으로 돼 있다. 고대 실크로드 시대, 여행자들이 마시던 '얌차(飮茶)'에 곁들여 내던 간식이 딤섬의 시작이란 말도 있다.
◇홍콩의 극과 극 '팀호완'과 '팔레드신'
딤섬이 꽃을 피운 건 홍콩이다. 줄 서서 먹는 길거리 딤섬집부터 호화로운 고급 딤섬집까지 전부 맛볼 수 있다. 홍콩 배우 청룽(성룡), 저우룬파(주윤발), 장궈룽(장국영), 양자오웨이(양조위)도 소문난 애호가다.
최근 삼성동에 문 연 '팀호완'은 홍콩에서 분식점 크기로 시작해 미슐랭 1스타를 받은 맛집이다. 대표 메뉴는 돼지고기 바비큐(차슈)를 소로 넣은 찐빵 '차슈바오(叉燒飽)'. 엄청 달지만, 홍콩 현지보다는 단맛을 뺐다. 강철웅 헤드셰프는 "창업자는 ①그날 팔 건 그날 만들어 신선함을 유지할 것 ②양념은 아무리 바빠도 정해진 숙성 기간을 거칠 것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가격은 3조각에 6000원. '두유피롤' '사천식 완탕'도 맛있다.
홍콩 여행의 백미는 '화려한 밤'. 이를 재현한 곳이 홍콩 핫플레이스 '모트32'와 제휴한 레스케이프호텔의 '팔레드신'이다. 1930년대 홍콩 호텔을 재현한 듯한 붉은색 인테리어에 큰 창으로 보이는 야경이 아름답다. 반숙한 메추리알 위에 트러플이 올라간 '메추리알 트러플 샤오마이', 시큼하고 매운 산라탕을 넣은 '산라 소룡포', '캐비아를 곁들인 해물 딤섬' '건전복 닭고기 타르트' 등 초호화 재료로 만든 고급 딤섬들을 맛볼 수 있다. 차보다는 술이 어울린다.
◇상하이식 '임페리얼 트레져'
상하이 딤섬집으로 미슐랭 2스타인 '임페리얼 트레져'도 인천 파라다이스 시티에 분점을 냈다. 가게 입구 금빛 찬란한 문은 세계적 인테리어 기업 HBA사(社)가 동방명주에서 영감받아 만들었다. 본점과 같은 레시피로, 창립자 알프레드 령이 석 달마다 방문해 맛을 관리한다. 페이스트리 안에 돼지고기 차슈를 넣은 'BBQ페스츄리', 쌀로 만든 얇은 피로 돌돌 말아 쪄낸 'BBQ 창펀'이 대표 메뉴다. 3조각에 2만원. 비싸지만 많이 안 먹으면 된다. 딤섬 한 개 칼로리는 50~100㎉. 작다고 계속 먹다 보면 하루 적정 칼로리를 훌쩍 넘긴다.
June 16, 2020 at 03: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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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에서 먹는 듯… 쫀득한 만두피를 꽉 채운 '홍콩의 맛'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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