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337
경제·안보 등 치국경륜을 갖추었는가
막스 베버 “전문 관료는 나쁜 정치가”
대선주자 나서면 자신과 검찰에 불행
김기춘·김도언 전 검찰총장 반면교사
경제·안보 등 치국경륜을 갖추었는가
막스 베버 “전문 관료는 나쁜 정치가”
대선주자 나서면 자신과 검찰에 불행
김기춘·김도언 전 검찰총장 반면교사
윤석열 검찰총장이 10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테이트 크래프트에서 가장 먼저 언급할 것은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인류가 발전시켜온 인문학을 토대로 인간 본성, 특히 자아에 대한 깊은 통찰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하겠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에 대한 믿음과 이를 바탕으로 자아의 완성과 사회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려는 자기 철학을 정립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은 인간의 욕망, 선과 악의 문제, 개인과 사회, 그리고 국가 간의 화해하기 어려운 갈등, 정치권력의 야누스적 성격 나아가 세계사의 흐름 같은 철학적 담론에 대한 나름대로의 깊은 천착을 요구한다. 여기에서 핵심은 인간의 유한성에 대한 철저한 자각과 겸허한 태도다. 무한한 자연과 장구한 역사 앞에서 스스로 삼가는 신독(愼獨)의 자세가 요청되는 것이다. 근대적인 이성적 자아를 정립하고 사회를 합리적인 것으로 개혁하기 위한 튼튼한 철학적 기반을 정립하되, 이와 동시에 이성의 한계를 자각하면서 한편으로는 이미 시작된 포스트 모던 사회의 다양한 요구들을 이해하고 이에 적응하려는 자세를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
“특정 후보가 공직자 특히 대통령으로서 이러한 자질과 능력을 과연 갖추었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다만 그것을 판단할 몇 가지 현실적 근거나 기준은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언어 구사의 문제다. 하이데거가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말한 바도 있지만, 언어는 단순한 수단이 아니라 바로 인간 자체인 것이다. 하물며 국가지도자 특히 대통령의 경우, 국가의 최고 행위자다운 언어를 구사해야 한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렇다고 달변일 필요는 없으며, 특히 현학적인 전문용어나 생경한 관념어를 남발하거나 아니면 감성을 자극하는 현란한 어법으로 대중을 선동하려는 것은 오히려 경계의 대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인류가 쌓아온 지혜의 결정체인 인문학에 대한 천착을 바탕으로, 자신의 삶 속에서 녹여낸 절제되고 기품 있는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이다. 말 또는 소통은 민주정치의 핵심이다. 자신의 생각이 합리적이고 타당하다는 점을 부각시켜 상대방을 설복하는 행위다. 말은 논리적이어야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타인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높은 품격과 설득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고대 아테네 민주정치와 로마의 공화정에서는 웅변술과 수사학을 중시하였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오늘날과 같은 민주정치에서 집단적 결정 과정을 관리하는 최고 행위자인 대통령의 경우, 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처럼, 헌법의 수호자요 국가의 행위자인 대통령이 반대자들을 원색적인 언어로 비난하는가 하면 심지어는 국가의 최고제도인 헌법에 대해서까지 비속어를 사용하고 또한 국가운영을 ‘내기 걸기’식 언어로 표현해서는 결국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대통령이 상당한 식견을 갖추어야 할 분야로서 무엇보다 경제를 들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거시경제 지표의 관리와 잠재성장률을 관리하는 등 국가 경제 전체의 균형성을 기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와 함께 현재의 불평등 구조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지속적인 성장도 국가발전도 어렵다는 확고한 철학을 바탕으로 ‘경제민주화’를 기해나갈 수 있는 안목과 능력이 중요하다. 다시 말해 경제성장과 사회복지 정책 간의 균형점을 찾아 나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의 안전과 직결된 외교·안보 분야 능력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북한을 상대하면서 향후 통일을 지향하는 우리로서는 확고한 외교관을 갖고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튼튼한 우방국을 확보하고, 가급적이면 모든 관련국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
5. 관료가 정치를 하면 안 되는 이유 정당들이 중심이 되어 자신들의 추종자들에게 관직을 주는 경쟁을 하게 됨에 따라, 또한 관직이 관료제적 합리성과 무관할 수 없게 됨에 따라, 새로운 양상이 나타났는데, 이에 대해 베버는 이렇게 말했다. “근대적 정당 체제는 권력을 얻기 위한 투쟁 내지 권력을 다루기 위한 방법의 발달을 가져왔다. 그에 따라 정치라는 일은 이제 권력을 다루는 방법을 익히는 훈련을 필요로 하는 ‘업무’로 발전하게 되었다. 그 결과 공적 기능이 두 개의 뚜렷한 범주로 나뉘게 되었다. 그 하나는 전문 관료이고 다른 하나는 ‘정치 관료’이다.” 규정된 시험을 거친 사람만이 임용될 수 있고 고용이 보장된 것이 전문 관료직이라면, 정치 관료는 정치적인 이유로 언제든 임의로 전직·해임·휴직에 처해질 수 있다. 예컨대 정권이 교체되면서 관행적으로 관직에서 사임하는 관료들이 있는데 이들이 그런 범주에 속한다. 그렇다면 전문 관료가 정치를 하면 안 될까? 이에 대한 베버의 부정적 평가는 너무나 유명하다. 우선 그는 이렇게 말한다. “전문 관료는 데마고그가 아니며 데마고그의 기능을 위해 만들어진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그가 데마고그가 되려 한다면 대체로 그는 매우 나쁜 데마고그가 되고 만다. 진정한 관료는 그의 본래적 사명에 비춰 볼 때 정치를 해서는 안 되고 단지 ‘행정’만 하게 되어 있으며, 무엇보다도 비당파적 자세로 행정을 해야 한다. ‘국가이성’에 위협이 되지 않는 한, 즉 기존 체제의 사활적 이해관계가 위협받지 않는 한, 관료는 늘 그래야 한다. 관료는 ‘분노도 편견도 없이’ 그의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 다시 말해 그는 정치가, 지도자 및 그의 추종자들이라면 항상 그리고 불가피하게 하지 않을 수 없는 바로 그것, 즉 투쟁을 해서는 안 된다. 당파성, 투쟁, 열정-분노와 편견- 등은 정치가, 특히 정치적 지도자들이 활동하는 세계를 구성하는 요소들이기 때문이다. 지도자의 행동은 관료와는 전혀 다른, 아니 그와는 정반대되는 성격의 책임 원칙을 따른다. 관료의 명예는 그가 보기에 잘못된 명령을 내린 상급자가 자신의 이의 제기에도 불구하고 이를 고수할 경우, 그 명령자의 책임을 떠맡아 이 명령이 마치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듯 성심을 다해 정확히 수행할 수 있는 능력에 기초를 두고 있다. 관료가 이런 규율을 따르지 않거나 자기 절제를 하지 못한다면 전체 국가기구는 붕괴하고 말 것이다.” 결국 정치는 정치가가 해야 하는 일이라는 말인데, 정치가와 관료를 비교하면서 베버는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이에 반해 정치 지도자, 즉 지도적 역할을 하는 정치가의 명예는 자신의 행위에 대해 전적으로 스스로 책임을 진다는 것에 기초하고 있다. 그는 이 자기 책임을 거부할 수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할 수도 없으며 또 해서도 안 된다. 따라서 타고난 관료인 사람, 도덕적으로 높은 수준의 관료적 품성을 타고난 사람이야말로 나쁜 정치가일 수밖에 없으며, 책임 개념이 가진 정치적 의미를 기준으로 볼 때는 무책임한 사람이고 그런 의미에서 도덕적으로 저열한 정치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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